카테고리 없음

'폭싹 속았수다' 애순 엄마 사인 (숨병, 감압병, 잠수병)

wellnesslab88 2025. 4. 4. 20:31

폭싹 속았수다' 애순 엄마의 연기 모습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정서적 서사로, 1950년대부터 2025년 현재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의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 중 한 명은 주인공 애순의 어머니로, 극 중 그녀는 29세의 나이에 ‘숨병’이라는 병명으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해당 질환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묘사된 이 병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숨병’이 실제로 존재하는 질병인지, 혹은 서사적 장치인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숨’이라는 단어와 제주 해녀라는 배경에서 연상되는 감압병 또는 잠수병과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애순엄마의 숨병이 감압병 또는 잠수병과 어떠한 연관성을 가질 수 있는지 질병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자 합니다.

1. 숨병은 감압병일 수 있는가? – 해녀 사회의 병리학적 현실

감압병(Decompression Sickness)은 수중에서 일정 시간 이상 활동한 후 급격히 수면 위로 상승할 때 발생하는 질환으로, 체내에 용해된 질소가 기화되면서 혈관 또는 조직에 기포를 형성하여 신체 기능에 다양한 이상을 초래합니다. 이 질환은 주로 스쿠버 다이버, 군용 잠수부, 그리고 전통적으로 물질 작업을 수행해 온 제주 해녀들에게서 많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관절통, 피로감, 어지럼증, 마비 증세,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호흡곤란 등이 있습니다.

애순엄마는 드라마 속에서 오랜 시간 해녀로 생계를 유지해 온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녀는 물질을 반복하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동시에 육체적·정신적 피로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극 중 후반부에는 기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숨이 차며, 말없이 병석에 눕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묘사는 감압병의 후기 증상과 유사한 양상을 보입니다.

당시 제주 지역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전문 질환에 대한 인식도 낮았기 때문에, 해녀들이 경험한 감압병은 ‘숨이 차서 생기는 병’이라는 식으로 구전되며 전통 질환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숨병’이라는 표현은 감압병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더라도, 그와 유사한 신체 반응을 포괄하는 지역적, 문화적 명칭이었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2. 숨병과 잠수병은 같은 병인가? – 용어적 혼동과 문화적 해석

‘잠수병’이라는 용어는 의학적 질환명이라기보다는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통칭입니다. 일반적으로 감압병을 포함하여 잠수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이상 전반을 ‘잠수병’이라 부르며, 이에는 감압병뿐 아니라 산소 중독, 질소 마취, 압력 손상 등의 증상도 포함됩니다. 반면, ‘감압병’은 이들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며,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된 질환입니다.

『폭싹 속았수다』 속 애순엄마가 앓았던 숨병은 호흡 곤란, 무기력, 전신 쇠약 등을 동반하며 사망에 이르는 증세를 보입니다. 이는 감압병의 후기 증상과 일정 부분 일치하며, 잠수병이라는 포괄적 개념에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특히, 당대 제주 해녀 사회에서는 해당 질환을 ‘숨이 막히는 병’ 혹은 ‘물질 오래 하면 생기는 병’으로 표현하였고, 이를 통해 숨병이라는 민속적 표현이 정착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숨병은 잠수 관련 질환 중 특히 감압병의 증상에 근접한 질병이었을 수 있으며, 당시 제주 사회의 지식 수준과 표현 방식이 반영된 문화 결정적 질환명이라 볼 수 있습니다.

3. 숨병은 실제 질환인가, 드라마적 상징인가? – 서사 장치로서의 역할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여성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내며, 숨병을 단순히 병명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한 여성의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서사 장치로 활용합니다. 애순엄마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말없이 살아온 인물로, 억눌린 감정과 육체적 고통이 축적된 존재입니다. 그녀는 극 중 숨이 가빠오고, 말수가 줄며, 결국 말없이 병에 스러지듯 사망하게 됩니다.

이러한 묘사는 단지 의학적 질병의 묘사를 넘어, 당시 제주 여성들이 경험한 감정의 억눌림과 표현되지 못한 고통을 ‘숨병’이라는 형태로 형상화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숨병은 단순히 호흡의 문제를 넘어서, 시대적 억압과 사회 구조 속에서 ‘숨 쉬기조차 힘들었던 삶’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장치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감압병이나 잠수병이라는 의학적 해석도 가능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러한 명칭을 일부러 생략하고 ‘숨병’이라는 전통적이고 상징적인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질병을 개인의 삶과 시대의 무게로 확장시키는 효과를 유도합니다. 따라서 숨병은 실제 질환이자 문화적 은유이며, 드라마에서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애순엄마의 사망 원인으로 제시된 ‘숨병’은 단순한 허구적 병명이 아니라, 당시 제주 해녀들이 실제로 겪었을 가능성이 높은 감압병 또는 잠수병과 깊은 관련이 있는 질환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는 억눌린 여성의 삶과 사회적 억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적 은유이기도 합니다. 숨병은 의학적 질환과 서사적 장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개념으로, 우리가 전통 사회의 질병 인식과 감정 표현 방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