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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인은 체취가 약할까? (액취증, 인종별 후각 순응)

wellnesslab88 2025. 5. 29. 17:53

“어떤 사람 옆에만 가면 유독 냄새가 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가까이 있어도 거의 냄새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경험했을 이 상황은 단순히 위생 차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등 동아시아 사람들은 유독 체취가 약한 유전자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체취의 생리학적 원인부터 액취증의 유전학, 인종별 차이, 문화적 해석, 그리고 ‘같은 냄새끼리는 잘 못 맡는다’는 현상까지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액취증 유전자 ABCC11 G형과 A형의 냄새유무 비교 이미지

1. 체취의 정체 – 땀의 냄새가 아닌 세균의 냄새

사람의 땀은 두 종류의 땀샘에서 분비됩니다.

  • 에크린 땀샘: 전신에 분포, 대부분 물과 염분 → 거의 무취
  • 아포크린 땀샘: 겨드랑이, 사타구니, 유두 등에 집중 → 단백질·지질 포함 →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 → 강한 냄새 발생

즉, 체취는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된 진한 땀과 피부에 존재하는 세균이 만나 분해 작용을 일으킬 때 생성되는 부산물입니다. 이때 생기는 지방산, 암모니아, 황 화합물 등이 고유한 ‘암내’를 만들어냅니다.

2. 액취증(암내) –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액취증은 단순히 땀이 많아서 나는 냄새가 아닙니다. 강한 체취가 나는 사람들은 대개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바로 ABCC11 유전자입니다.

  • G형 유전자: 액취증 있음, 귀지 젖음, 아포크린 땀샘 활발
  • A형 유전자: 액취증 없음, 귀지 마름, 아포크린 땀샘 비활성

ABCC11 G형 유전형을 가진 사람은 아포크린 땀샘이 크고 활성화되어 있어, 진한 땀이 많이 나오며,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는 양이 많아 냄새도 강합니다. 반대로 A형은 체취 자체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3. 왜 한국인은 체취가 약할까?

① 압도적인 유전자 분포

한국인은 약 99% 이상이 ABCC11 A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인은 약 98%, 중국인은 95% 이상이 같은 유전형을 가집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무취 유전자 보유율입니다.

② 아포크린 땀샘 수 자체가 적다

유전형뿐 아니라 실제로 아포크린 땀샘의 수와 크기 자체도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은 작고 적은 편입니다. 즉, 냄새를 만들어낼 구조적인 조건 자체가 없는 셈입니다.

③ 생활 습관의 영향

  • 샤워를 하루 1회 이상 하는 비율 높음
  • 속옷, 양말 매일 교체
  • 김치·된장·생선 등 냄새가 강한 음식에도 불구, 대체로 담백한 식습관

선천적 요인 + 후천적 위생 습관 = 냄새 없는 국민성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4. 인도·중동·서구권 사람들의 체취는 왜 강할까?

① 유전형: ABCC11 G형 압도적 보유

  • 백인·흑인: G형 유전형 보유율 97~100%
  • 인도인·중동인: 인종 및 지역 차 있으나 G형 보유율 80~90% 이상

즉, 이들 지역은 체취가 강할 수밖에 없는 유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② 기후와 환경적 요인

  • 인도·중동: 고온 다습 혹은 고온 건조 → 땀 분비 많고, 증발 더디며, 세균 번식 활발
  • 서구권 일부는 사계절 있지만, 체온 조절에 아포크린 땀샘이 적극 개입

③ 식습관이 체취에 영향을 준다

중동 및 인도 지역의 전통 식단은 향신료가 풍부하고, 동물성 지방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 커리, 강황, 마늘, 양파 등의 향신료 → 땀과 함께 배출 → 독특한 향
  • 기름진 고기 위주의 식사 → 체취의 지방산 농도 증가

이로 인해 음식 냄새가 체취와 혼합되어 더 강하게 인식됩니다.

④ 위생 개념의 문화적 차이

일부 지역은 매일 샤워하는 습관이 정착되지 않았거나, 탈취제 사용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 체취를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
  • 향수로 체취를 감추는 ‘덮는 문화’가 발달

즉, ‘냄새를 없앤다’가 아니라 ‘냄새 위에 향을 덧입힌다’는 방식입니다.

5. 왜 액취증이 심한 사람끼리는 서로 냄새를 못 맡을까?

① 후각 순응 현상

‘후각 순응’ 또는 ‘후각 피로’란 같은 냄새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후각 수용체의 민감도가 낮아져 냄새를 감지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액취증이 심한 사람은 자신의 체취에 이미 익숙해져 있고, 비슷한 체취를 가진 사람의 냄새도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향수, 방향제, 음식 냄새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생리 반응입니다.

② 유전적 후각 민감도 차이

체취에 대한 민감도는 후각 수용체 유전자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암내의 원인이 되는 지방산, 암모니아계 화합물에 민감한 후각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아주 소량의 냄새도 감지하지만, 같은 냄새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그 냄새에 무감각해질 수 있습니다.

③ 심리적 요인과 무의식적 관용

비슷한 체취를 가진 사람끼리는 서로의 냄새를 ‘정상’으로 인식하고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훨씬 더 불쾌하고 자극적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6. 체취에 대한 문화적 인식 차이

서구권

  • 체취 = 개성, 성적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경향
  • 탈취제, 데오드란트, 향수 사용은 기본
  • 향 자체를 감추기보다는 ‘조화롭게 연출’하는 방식

동아시아권

  • 체취 = 불쾌, 위생 불량의 상징으로 인식
  • 냄새를 없애는 것에 더 민감
  • “무취”가 가장 청결하고 예의 있는 상태로 간주

7. 실생활 체취 관리 팁

① 본인이 액취증 유전형인지 자가 확인하기

  • 귀지가 젖어 있고 끈적하다면 G형일 가능성 높음
  • 가족 중 액취증이나 강한 체취가 있는 경우 유전 가능성 높음
  • 불쾌한 겨드랑이 냄새가 비누로 씻어도 금방 다시 나면 확인 필요

② 위생 습관 강화

  •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아포크린 땀샘 위치 집중 세정
  • 항균 비누, pH 중성 클렌저 사용 추천
  • 제모를 통해 박테리아 서식지 감소

③ 탈취제·데오드란트 활용

  • 무알콜, 무자극성 데오드란트
  • 밤에 바르고 자면 아침까지 냄새 억제 효과 지속

④ 식습관 개선

  • 마늘, 양파, 커리류 과다 섭취 주의
  • 항산화 식품 섭취 → 체내 대사산물 개선
  • 물 많이 마시기 → 노폐물 희석 및 배출

⑤ 섬유 위생 관리

  • 속옷, 티셔츠 매일 교체 + 고온 세탁
  • 침구, 수건 주 1회 이상 교체
  • 자주 입는 옷은 햇빛 건조 → 세균 억제

 결론: 냄새는 단순한 청결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체취가 적은 유전형을 대부분 가지고 있으며, 생활 습관도 냄새를 덜 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발달해 왔습니다.

반면 액취증 유전형을 가진 인종은 유전자, 기후, 음식, 문화 요인으로 인해 체취가 자연스럽게 더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체취는 병이 아닙니다. 그러나 무관심은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유전적 특성과 후각 민감도를 이해하고, 냄새가 타인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체취는 타인이 먼저 느낀다.” 이 한마디를 기억하며, 일상 속 냄새 관리 루틴을 시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