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마시는 물,알고 마시고 계신가요?
매일 마시는 물.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물에 대해 알고 있을까요? 깨끗한 물을 고르기 위해 생수를 사거나 정수기를 설치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알칼리이온수, 해양심층수, 빙하수 같은 프리미엄 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물이 진짜 건강에 좋을까요? 이 글에서는 pH(산도), 미네랄, 정수기물, 알칼리수, 고급 생수 등 다양한 물의 종류를 과학적 근거에 따라 분석하여 진짜 '좋은 물'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pH: 산성수 vs 알칼리수, 진짜 차이는?
물의 pH는 산성도 또는 알칼리도를 나타냅니다. pH 7은 중성, 7 미만은 산성, 7 초과는 알칼리성입니다. 일부 생수나 정수기에서 제공하는 알칼리이온수는 pH 8~9 정도의 약알칼리성을 띠며, 이로 인해 “산성 체질을 알칼리로 바꿔준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나 과학적 검증 결과, 인체는 스스로 pH를 조절하는 체계(완충 시스템)를 갖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물의 pH가 체내 산성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체내 pH는 식이보다 호흡이나 신장 기능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합니다.
알칼리수의 효능을 주장하는 연구들은 대부분 작은 규모이거나 동물 실험 수준에 그치며,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된 효과는 없습니다. 특히 2016년 일본 국립건강·영양연구소의 보고서에서도 “알칼리이온수가 소화불량이나 위장 건강에 약간의 개선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보고는 있으나,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편, pH가 극단적으로 낮거나 높으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pH 5 이하의 산성수는 구강 점막을 자극하거나 위에 부담을 줄 수 있고, pH 10 이상의 강알칼리수는 위산 중화로 소화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알칼리수는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지만, 건강에 획기적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과장된 마케팅에 가깝습니다.
미네랄: 풍부하면 무조건 좋은 걸까?
물 속에 함유된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등의 무기질은 체내 생리작용에 필요한 성분입니다. 이런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물을 '미네랄워터'라고 부르며, 유럽에서는 천연광천수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네랄은 물보다 음식에서 더 많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WHO와 국내 식약처에 따르면 일반적인 식단만으로도 일일 권장량 이상의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으며, 물로 미네랄을 보충하려는 시도는 과도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예를 들어 마그네슘의 하루 권장량은 약 300~400mg인데,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라도 리터당 20~50mg 정도의 마그네슘만을 제공합니다. 결국 하루 10리터를 마시지 않는 이상 충분한 보충은 어렵습니다.
또한 TDS(Total Dissolved Solids)가 100~300ppm 정도인 물이 가장 마시기에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TDS가 지나치게 높으면 미네랄이 과도해 신장 질환자의 부담이 되거나 물맛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즉, 미네랄은 적당히 있는 것이 중요하며, 많다고 무조건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정수기물: 직수형 vs 저장형, 안전성은?
요즘은 생수보다 정수기물을 마시는 가정이 더 많습니다. 정수기 물은 크게 직수형과 탱크형(저장형)으로 나뉘며,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1. 직수형 정수기
- 장점: 물을 틀면 바로 정수되어 나오는 방식으로, 탱크가 없어 세균 번식 우려가 적습니다. 관리가 간편하고, 위생적입니다.
- 단점: 순간 정수 능력이 부족할 수 있으며, 수압이 약한 지역에서는 정수 속도가 느립니다.
2. 저장형 정수기
- 장점: 일정량의 물을 저장해두어 즉시 사용 가능하며, 대용량 가정이나 사무실에 적합합니다.
- 단점: 물탱크 안에서 세균, 곰팡이가 번식할 위험이 있으며, 정기적인 청소 및 필터 교체가 필수입니다.
그럼 정수기물은 과연 안전할까요?
한국소비자원과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정수기 필터가 제 기능을 한다면 대부분의 잔류 염소, 중금속, 미생물은 제거됩니다. 그러나 정수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정수기 내부가 오히려 오염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따라서 정수기 사용 시에는 필터 교체 주기(3~6개월)와 내부 살균 청소, 수질 검사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직수형 정수기의 위생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납니다.
비싼 생수: 해양심층수, 빙하수, 알칼리수, 진짜 좋은가?
일반 생수보다 3~10배 이상 비싼 프리미엄 생수들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과연 비싼 물이 더 좋은 물일까요?
1. 해양심층수
수심 200m 이하의 깊은 바다에서 취수한 물로, 낮은 온도와 빛 차단, 균일한 미네랄 조성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선 혈압 개선이나 피로 회복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임상 데이터는 미비합니다. 또한 고가의 해양심층수는 대부분 미네랄 비율 조정 + 정수처리가 이뤄져 있으며, 천연 그대로의 물은 아닙니다.
2. 빙하수
수천 년 전 형성된 빙하가 녹아내린 물로, 미생물이 거의 없고 불순물이 적은 ‘순수함’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TDS 수치가 너무 낮아 미네랄 부족이라는 단점도 있으며, 단기 음용은 좋으나 장기적 식수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알칼리이온수
알칼리이온수기는 전기분해 방식으로 물을 음이온화하여 약알칼리성으로 만들며, 장 건강 개선, 피로 회복 등의 광고 문구가 많습니다. 하지만 2023년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알칼리이온수기의 효능은 특정 질환에 효과 있다고 입증된 바가 없으며, 일본 후생노동성도 “건강 효과는 제한적이고, 일상 식수로는 일반 수돗물로도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비싼 물은 맛, 브랜드, 마케팅 요소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며, 건강과 직접 연관은 과학적으로 제한적입니다.
결론: ‘좋은 물’의 핵심은 위생, 균형, 관리
좋은 물이란 복잡하지 않습니다. 깨끗하고, 위생적이며, 적절한 미네랄을 포함하고, 잘 관리된 물이 바로 좋은 물입니다.
- 물의 pH는 극단적이지 않은 이상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 미네랄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며, 적절한 범위가 중요합니다.
- 정수기물은 위생과 필터 교체 주기를 잘 지킨다면 안전한 음용수입니다.
- 비싼 물이 건강에 좋다는 근거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물에 돈을 쓰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몸에 맞고, 위생적이며, 믿을 수 있는 출처에서 나온 물을 꾸준히 마시는 것입니다. 하루 1.5~2리터의 좋은 물, 이것이 건강의 시작입니다.